우리는 흔히 행복을 ‘즐거운 순간이 많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좋은 일이 많고, 웃을 일이 많고,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삶.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이런 생각에 정면으로 반대했다.
그는 말한다. 행복은 쾌감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지 않았는가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쾌감과 즐거움은 소극적인 성질을 가진다. 잠깐 스쳐 지나가며, 오래 지속되지도 않는다. 반면 고통은 적극적인 성질을 가진다. 한 번 찾아오면 우리의 의식 전체를 장악하고, 삶의 중심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인생이 행복했는지를 따질 때 그가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아프지 않았는지, 얼마나 괴롭지 않았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운명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우리는 행복을 좇고 불행을 피하려 애쓰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건 육체적 쾌락과 고통이라는 아주 좁은 범위의 감각들이다.
건강, 배고픔, 추위와 더위, 그리고 성적 욕구. 놀랍게도 인간의 행복과 불행의 기반은 이 단순한 조건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적인 존재라 자부하지만, 실상은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조건 속에서 살아간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인간은 더 예민한 신경계를 가지고 있어 쾌감도 더 강하게, 고통도 더 깊게 느낀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은 동물보다 훨씬 더 심하게 흔들리고, 더 크게 기뻐하지만 동시에 더 깊이 괴로워한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바로 무료함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삶을 고통과 무료함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에 비유했다.
삶이 힘들고 결핍이 클 때 우리는 고통에 시달린다. 반대로 안정되고 풍요로워지면 이번에는 무료함이 우리를 잠식한다.
해야 할 일이 없고, 갈망할 것이 사라지면 삶은 공허해지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결핍은 고통을 낳고, 충족은 무료함을 낳는다.
그래서 인생은 끊임없이 이 두 극단 사이를 오간다. 한쪽에서 멀어질수록 다른 한쪽에 가까워질 뿐이다.
가난한 사람은 생존을 위해 평생 고통과 싸우고, 부유한 사람은 권태와 공허 속에서 무료함과 싸운다. 모양은 달라도, 싸움 자체는 끝나지 않는다.
이 냉정한 통찰은 조금 우울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이상한 위로로 이끈다.
지금 힘든 이유가 나만 약해서가 아니라 삶이라는 구조 자체가 원래 그렇기 때문이라면, 우리는 조금 덜 자책해도 되지 않을까.
행복을 무작정 늘리려 애쓰기보다 고통을 줄이고, 무료함에 잠식되지 않도록 의미 있는 활동과 사유로 삶을 채워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쇼펜하우어가 말한 가장 현실적인 삶의 태도일지도 모른다.
요즘 당신의 삶은 고통에 더 가까운가요, 아니면 무료함에 더 가까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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